독일 바이에른주의 수도 뮌헨은 남쪽에 위치하지만 독일은 알프스산맥과 접한 남부 지방이 바다와 접한 북부 지방보다 더 추운 편이므로 뮌헨도 추운 곳으로 볼 수도 있습니다. 겨울 평균 기온 자체는 한국 수도권보다 높지만 한국은 뭐 실제의 온도보다 습기가 있어서 더 춥게 느껴진다고 하더라고요. 뮌헨도 -10도 이상을 찍을 때가 있고 또 습도가 높기 때문에 굉장히 무거운 추위를 느낄 수 있다고 하네요.
한국 추위가 칼바람이라면 여기는 말 그대로 추위가 머리 위에서 내려찍는 느낌이라 더욱 춥게 느껴질 수도 있는데요.
한국 여름이 습도가 높아 더 덥게 느껴지는 거랑 비슷하다고 보면 됩니다. 여름에 일조량이 많고 겨울에는 먹구름이 많이 끼는 전형적인 독일 기후가 나타난다고 하니 이런 날씨는 사람을 움추러들게 해서 더욱 춥게 느껴지죠.
하지만 전체적으로 보면 서안 해양성 기후 아니랄까 봐 겨울에 영상권을 유지하는 날도 많고 반대로 여름은 쌀쌀하다고 느껴지는 날이 있을 정도로 시원한 편이고 일조량도 많아 활동하기 딱 좋은 날씨가 유지되니 여행하기에 어려운 계절은 없을 것 같네요.
봄을 맞이하는 도시 뮌헨
뮌헨(München). 이 도시 이름을 말할 때마다 입꼬리가 살짝 올라가는 이유가 뭘까요?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어떤 이에게는 맥주가 떠오를 수도 있고, 누군가는 축구, 혹은 오랜 역사와 유럽 특유의 정취를 가진 도시 이미지가 먼저 그려질 수도 있겠죠. 독일 남부, 바이에른(Bayern) 주의 중심이자 유럽 문화와 산업의 균형을 멋지게 이루고 있는 도시, 뮌헨은 그렇게 여러 가지 모습으로 사람들을 끌어당깁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뮌헨을 ‘잘 살아낸 도시’라고 부르고 싶어요. 예쁜 것, 깊은 것, 맛있는 것, 그리고 실용적인 것까지 골고루 챙긴, 참 괜찮은 도시거든요.
독일 도시들이 대체로 실용적이고 질서 정연한 느낌을 주는 반면, 뮌헨은 거기에 따뜻함과 여유가 더해진다고 해야 할까요.
알프스 산맥 북쪽 자락, 이자르(Isar) 강가에 자리한 이 도시는 사계절 뚜렷한 기후 덕분에 계절에 따라 풍경도 사람들의 옷차림도 완전히 달라져요. 봄에는 잔디밭에 앉아 맥주 한 잔 하는 사람들이 가득하고, 여름엔 자전거를 타거나 강에서 수영하는 모습이 자연스러운 풍경이죠. 가을엔 단풍과 함께 옥토버페스트 분위기에 흠뻑 취하게 되고, 겨울엔 조용하고 차분한 분위기 속에서 크리스마스 마켓을 즐기는 그런 도시예요.
뮌헨의 도심은 다른 유럽 대도시들에 비해 크지 않아서 도보로 돌아다니기에 참 좋아요. 중심지인 마리엔플라츠(Marienplatz)에 서 있으면 도시의 모든 길이 이곳에서 시작되는 것처럼 느껴져요. 여기엔 뮌헨의 상징 같은 신시청사(New Town Hall)가 있는데, 고딕 양식의 화려한 외관이 딱 보면 “여기 진짜 유럽이다” 싶게 만드는 곳이죠. 정각이 되면 뮤직벨과 함께 인형극이 펼쳐지는 글로켄슈필(Glockenspiel)은 늘 사람들로 북적이고요. 조금만 옆으로 가면, 프라우엔키르헤(Frauenkirche)의 두 개의 둥근 탑이 마치 도시 전체를 지켜보는 듯한 느낌을 줘요.
걷다 보면 어느새 비크투알리엔마르크트(Viktualienmarkt)에 도착하게 돼요. 여기서는 지역 주민들의 진짜 일상을 느낄 수 있어요. 정갈하게 쌓인 채소들, 신선한 치즈와 햄, 그리고 소박하지만 진심이 담긴 빵 냄새가 코끝을 자극해요. 간단한 소시지와 감자 샐러드로 점심을 해결하는 사람들, 큰 맥주잔을 들고 대화를 나누는 어르신들, 그리고 바쁘게 지나가는 직장인들까지 모두가 어울려 있는 그 풍경이 참 정겹고요. 이곳에서는 ‘천천히’가 자연스러운 일상이더라고요.
사람들은 흔히 뮌헨 하면 옥토버페스트(Oktoberfest)를 떠올리죠. 세계에서 가장 큰 맥주 축제로, 매년 9월에서 10월 초까지 열리는 이 축제는 그야말로 뮌헨을 들썩이게 만들어요. 전통 복장인 디어른들(Dirndl)과 레더호젠(Lederhosen)을 입고 맥주잔을 높이 들며 노래하고 춤추는 사람들의 모습은, 단순한 이벤트라기보다는 바이에른의 정신이 담긴 문화의 한 장면 같아요. 이 축제를 경험하지 않고 뮌헨을 다녀왔다고 말하긴 어렵겠죠.
도시 안에서 자연을 즐기고 싶다면 잉글리셔 가르텐(Englischer Garten)을 추천드리고 싶어요. 이곳은 센트럴파크보다 넓은 유럽 최대의 도시공원 중 하나인데요, 그냥 나무 몇 그루 있는 공원이 아니라, 작은 개울과 다리, 독일식 비어가르텐이 곳곳에 숨어 있는, 진짜 삶의 공간이에요. 특히 공원 한복판에 인공적으로 만든 파도가 있어서 서핑을 즐기는 사람들을 종종 볼 수 있어요. 여기가 유럽이라는 사실이 갑자기 이상하게 느껴질 만큼 독특한 풍경이에요.
그리고 뮌헨은 예술적인 면에서도 빼놓을 수 없는 도시예요. ‘쿤스트그저께알(Kunstareal)’이라 불리는 예술 지구에는 알 테 피나코텍(Alte Pinakothek), 노이에 피나코텍(Neue Pinakothek), 현대미술관 같은 박물관들이 모여 있어요. 이 중 알 테 피나코텍은 유럽 회화사를 대표하는 고전 작품들을 볼 수 있는 곳으로, 르네상스에서 바로크까지 다양한 시대의 흐름을 감상할 수 있어요. 이곳에서 시간을 보내다 보면, 뮌헨이 단순히 산업 도시나 관광지로만 존재하는 곳이 아니라는 걸 새삼 깨닫게 돼요.
조금만 외곽으로 나가면, 정말 그림처럼 아름다운 궁전도 만날 수 있어요.
뉘페른부르크 궁전(Schloss Nymphenburg)은 뮌헨 시민들이 사랑하는 휴식처예요. 넓은 정원과 정돈된 분수, 우아한 건물의 조화는 마치 유럽 동화 속 세계에 들어온 것 같아요. 이곳을 천천히 산책하다 보면, 도시의 중심에서 조금만 벗어나도 이렇게 다른 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는 게 놀랍게 느껴져요.
날씨 이야기를 안 할 수 없죠. 뮌헨의 날씨는 꽤 변덕스럽긴 하지만, 그래서 오히려 계절의 매력을 분명하게 느낄 수 있어요. 봄과 가을은 상쾌하고 선선한 날씨가 이어지고, 여름엔 낮에는 따뜻하지만 아침저녁으로는 쌀쌀해서 겉옷을 꼭 챙겨야 해요. 겨울은 종종 눈이 내려서 도시 전체가 하얀 이불을 덮은 듯한 풍경으로 변하죠. 특히 크리스마스 시즌에는 마리엔플라츠 근처에 마켓이 열리면서, 따뜻한 글뤼바인(Glühwein) 한 잔 들고 걷는 것만으로도 하루가 충분히 따뜻해져요.
뮌헨이 다른 도시와 구별되는 점 중 하나는, 이곳이 굉장히 부유하고 산업적으로 발전한 도시임에도 불구하고, 그것을 과하게 드러내지 않는다는 거예요. 자동차 산업의 중심지이자 BMW 본사가 있는 도시인데도, 고풍스러운 건축물과 예술, 전통이 잘 어우러져 있어요. 도시의 분위기 자체가 무겁지 않고, 여유롭고 품격 있게 살아가는 사람들이 많다는 느낌이 들어요. 게다가 대중교통이 정말 잘 되어 있어서, 도시 안팎 어디든 쉽게 이동할 수 있고, 자전거 도로도 잘 마련되어 있어요.
이런 뮌헨은 혼자 여행하더라도 외롭지 않고, 누군가와 함께여도 조용한 시간을 가질 수 있는 곳이에요. 너무 바쁘지도, 너무 늘어지지도 않은 뮌헨의 리듬은 도시를 살아가는 이들과 여행자를 자연스럽게 연결시켜 줘요. 그렇게 함께 걷고, 먹고, 느끼며 시간은 참 차분하고 다정하게 흘러가요.
뮌헨은 단지 도시 하나가 아니라, 삶을 어떻게 품고 살아갈 수 있는지 보여주는 하나의 방식 같아요. 화려하지 않아도 아름다울 수 있고, 느긋하면서도 깊이 있을 수 있다는 것을 조용히 증명해 주는 그런 도시. 그리고 그런 모습이 우리에게도 작지만 분명한 울림으로 다가오죠. 뮌헨을 여행한다는 건, 어쩌면 도시를 통해 한결 단정한 마음을 다시 꺼내 보는 일인지도 모르겠습니다.